*로마네스크 조각*
'로마네스크(Romanesque) 시대'의 조각은 다른 예술 분야의 업적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양 미술사에서 입상 조각의 전통은 5세기 이후로 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상태이며 카롤링거와 오토 미술에서는 이런 성격의 조각은 제작되지 않았다. 부조 조각으로 건축물 벽을 장식하는 정도로만 유지되고 있었으며 작은 크기의 조각만이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었다. 목재 조각에서는 큰 크기의 조각 제작이 시도되었는데, <게로의 십자기 책형>이 있다. 그러나 로마네스크 시대가 되면서 석재 조각가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 남서부>
● <사도의 상>
당시의 중세 사회는 전반적으로 안정화가 이루어지고 도시가 발달하면서 활기가 생기기 시작하였는데, 제1차 십자군 원정이 실시되기 10여 년 전부터 종교적인 열정이 더해지면서 석재로 제작한 조각이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길목에 있는 툴루즈의 '생 세르넹 성당' 외벽에 설치된 조각은 이 시기에 만들어진 중요한 조각품 중에 하나이다. <사도의 상>은 이와 비슷한 느낌의 부조 작품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견고한 형태는 고전적이지만 경건한 자세나 건축적인 배치와 설치 틀 등과 같은 요소들을 봤을 때에 '천사장 미가엘' 상아 부조와 비슷하며 비잔틴의 영향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각품의 크기는 그보다는 더 커졌고 인물의 형태도 둥글게 묘사하여 입체감을 부각하며 조각을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유도하였다.

1090년경_생 세르냉 성당_프랑스_툴루즈
● <생 피에르 수도원(=Abbaye Saint-Pierre de Moissac)>의 남쪽 현관 부분 조각
프랑스 남부의 무아삭은 또 다른 로마네스크 양식 조각의 중심지였다. <사도의 상> 보다 몇십 년 후에 세워진 이 수도원의 남쪽 현관의 기둥에서 장식적인 묘사의 조각을 볼 수 있다. 인간과 동물의 형태가 고루 묘사되어 있는데 마치 좁은 공간에 모여 서있는 것 같아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자세로 균형을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굉장히 창의적인 작품이다. 사자의 모습을 한 동물상들은 아일랜드의 수사본 세밀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자상들은 어두운 힘을 상징하는 존재들로서 로마네스크 건물 장식에서 악마의 힘을 표현하기 위한 이미지 중의 하나였다.

12세기 초_생 피에르 수도원_프랑스_무아삭(=Moissac)
<부르고뉴>
● 오툉 대성당(Cathédrale Saint-Lazare d'Autun)의 현관에 설치된 박공 삼각 <최후의 심판>
로마네스크 건물의 박공 삼각에도 장식적인 조각 작품이 새겨졌는데 주로 '최후의 심판' 주제를 묘사하였다. '오툉 대성당'에도 <최후의 심판> 조각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오른쪽 부분에는 영혼의 무게를 재고 있는 장면과 뱀처럼 보이는 형상에 붙들린 사람들도 보인다. 그 위쪽에는 영혼의 운명이 저울에 매달려 있고 한쪽에는 마귀가 다른 한쪽에는 천사가 각각 붙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마귀들의 모습은 로마네스크에서 주로 묘사되는 것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모습이나 포악한 짐승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악몽과 같은 이런 장면들은 신도들의 경건한 신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최후의 심판>_서쪽 박공 삼각_오툉 대성당_1130~1135년경_프랑스

<최후의 심판>의 오른쪽 부분_서쪽 박공 삼각_오툉 대성당_1130~1135년경_프랑스
<뫼즈 계곡>
● <위이 지방의 르니에가 제작한 세례반>
'뫼즈 계곡'은 프랑스 북동부에서 시작하여 벨기에와 네덜란드로 흐르는 뫼즈 강의 계곡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이탈리아에서 볼 수 있었던 작가의 개성이 담긴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한편 이곳은 카롤링거 시대에 유행했던 '랭스 양식'의 본거지이기도 하였기에 고전 미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던 지역이다. 로마네스크 시기의 금속 세공 양식을 '모산(Mosan)'이라 하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여기 리에주에서 발견되었다. <위이 지방의 르니에가 제작한 세례반>은 1107~1118년에 제작되었으며 이 지역의 세공품 중에서 최초로 이름이 알려진 제작자의 작품이다. 이 세례반에는 열두 마리의 황소가 묘사되어있는데 성경에 나오는 열두 제자를 의미한다.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조화로운 균형감이 보이며, 청동의 표면도 부드럽게 손질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의 우아한 동작과 옷의 형태는 고전 시대 작품의 느낌을 준다.

1107~1118년_청동_높이 63.5cm_성 바르텔레미 성당_벨기에_리에주
<독일>
● <사자상>
로마네스크 조각의 또 다른 특징인 동물을 주제로 만든 입상 조각상은 현재 단 하나의 작품만 남아있다. 이 <사자상>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종교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실물 크기의 이 조각상은 '작센의 사자'라 불렸던 하인리히 공작이 1166년 브라운슈바이크에 있는 자신의 궁전에 설치한 조각이었다. 사납게 느껴지는 청동 사자의 모습은 로마 시대에 고졸 양식으로 만든 '암늑대 청동 조각상'을 연상시킨다. 두 작품은 각 시대에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었던 몇 안 되는 조각상 중의 하나였다.

1166년_청동_높이 183cm_브라운슈바이크 대성당 광장_독일

1166년_청동_높이 183cm_브라운슈바이크 대성당 광장_독일
*출처_서양미술사_H.W. 잰슨 & A.F. 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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