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 위치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새로운 문명이 형성되었다. 그 시기는 이집트 문명에서 파라오가 통일 이집트를 이루었던 기원전 3500~3000년경으로 보인다. 이 두 문명들은 형성 초기 단계에서부터 서로 소통했었지만 각자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문명으로 발전하였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는 이집트 문명과는 다른 광활한 평지 지대였기에 외부세력에 쉽게 침범당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정치 체제에도 영향을 주었고, 메소포타미아의 역사에는 내부 저항세력과 외부의 침입, 군부세력의 쿠데타 등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소포타미아의 미술은 꾸준하게 지속되어 여러 문화유산을 남겼다. 수메르인들은 수많은 도시 국가를 건설하였고, 쐐기 모양의 설형 문자를 사용하였으며 진흙판 위에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집트 문명의 유산과 비교해봤을 때에 수메르인들의 보존된 유물의 양은 극히 적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석재를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수메르인들은 진흙 벽돌과 나무로만 건축물을 세웠고 이는 토대를 제외하고는 남은 것이 거의 없다. 비록 남아있는 유물들이 많지 않더라도 수메르인들의 창의적인 업적을 가늠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수메르인들이 세운 도시 국가들은 각 지방의 신을 섬기며 왕을 그 대리인으로 여겼다. 신의 대리자인 왕들은 백성들을 실질적으로 통치하였으나, 세상의 모든 것이 신성으로 다스림을 받는다는 관념은 신이 도시국가와 그 백성 그리고 그들의 생산물까지 모든 것을 소유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이러한 수메르인들의 독특한 관념으로 인해 그들의 경제제도는 '신정 사회주의'라 불리기도 한다. 수메르인의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 또한 신전이었으며, 행정가의 기능을 하고 기록을 했던 이들 들은 모두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던 사제들이었다.
<지구라트>
신성이 중심인 국가인 만큼 신전은 수메르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신전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가옥들이 세워졌고 성지는 하나의 거대한 복합 건물로 변모했다. 그 가운데 가장 높고 평평한 언덕 위에 지방 신의 신전이 자리했다. 이 신전의 위치는 도시가 발달하면서 점차 높은 산 위에까지 올라갔는데, 그 형태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비교될 만하다. 수메르인의 이런 독특한 신전 건축 양식을 가리켜서 지구라트(ziggurat)라 부른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지구라트가 성경에도 나오는 바벨탑인데 현재는 완전히 파괴되어 남아있지 않다.
지구라트 '백색의 신전'은 바벨탑이 세워진 시기보다 더 빠른 시기인 기원전 3000년경에 세워진 것으로 이집트 문명의 최초의 피라미드보다도 수백 년 앞선 것이다. '백색의 신전'이라는 독특한 명칭은 외벽을 희게 씻어낸 벽돌로 처리했기 때문에 붙여졌다. 수메르인들이 백색의 신전에서 섬겼던 신은 하늘의 신인 아누(Anu)로 알려져 있다.공물을 바치는 장소인 신의 조각상을 둔 곳은 이 건축물의 가운데에 위치하였다. 참배자들은 동쪽의 계단에서 걸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나선형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 꼭대기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런 '회전형 통로(bent-axis approach)'는 메소포타미아의 종교적 건축물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기원전 3500~3000년경_우루크(이라크 와르카)
지구라트는 광활한 평원에 솟아 있어 하나의 경계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기원전 2100년경_이집트_Tall al-Muqayyar
<메소포타미아의 조각>
이집트의 조세르왕 시대의 피라미드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텔아스마르에서 발견된 아부 신전의 조각상들은 수메르인들의 초기 왕조 시대 조각의 독특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조각상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인물이 식물의 신이라 알려진 아부(Abu)이다. 두 번째로 큰 인물 조각상이 어머니 여신이며 다른 조각상들은 사제와 예배자들이다. 아부 신과 여신의 인물상은 강렬한 눈과 커다란 체격 등 확연하게 돋보인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사제와 예배자들이 신과 교감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세부 표현을 생략한 것처럼 보이는 인물의 얼굴과 몸통은 '영혼의 창문'인 눈을 강조하기 위해 일관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텔아스마르에서 출토_기원전 2700~2500년경_대리석_가장 큰 조각상의 높이 76.2cm_이라크 박물관_바그다드
이와 같은 원기둥이나 원뿔을 다듬은 것 같은 기법은 메소포타미아 조각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 외에도 덧붙여서 만드는 방법이나 나무와 금박, 유리와 같은 재료를 결합하는 방법으로 만든 유물들도 있다. 다양한 재료를 결합하여 만드는 방식은 텔아스마르의 <아부 조각상>과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우르의 무덤에서도 많이 발견되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한 마리의 숫양이 꽃이 핀 나뭇가지 사이에 서있는 모습을 묘사한 유물이 있다.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숫양의 모습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수메르인에게 숫양은 탐무즈(Tammuz) 신을 상징하는 신성한 존재이다.

우르에서 출토_기원전 2600년경_나무, 금, 유리를 사용_높이 50.8cm_필라델피아 대학 박물관
동물을 통해 신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관념이다. 메소포타미아에서뿐만 아니라 이집트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수메르인들은 전승 신화에서 동물이 대리하는 역할에 따라 신성을 부여하였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문헌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덤불 속의 숫양> 공물대와 함께 출토된 하프에 부착되었던 상감 패널을 볼 때에, 동물을 통해 신성을 부여한 것을 작품으로 만든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이 패널에의 맨 위칸에는 의인화된 황소가 보인다. 다른 칸에는 동물들이 인간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생생하고 세밀한 묘사로 그려져 있다. 늑대와 사자는 잔치를 위해 음식과 술을 나르고 있으며, 나귀와 곰과 사슴은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칸에는 전갈의 몸통을 가진 남자와 염소가 잔을 들고 옮기는 모습이다.
현대인의 눈에는 이런 장면들이 마냥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이 패널의 등장인물들에게 부여된 역할이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면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하프의 공명 통에 부착된 상감 패널>은 동물 우화의 역사에 있어서는 가장 최초의 형태로 평가된다. 특히 하프를 연주하는 나귀는 중세시대의 조각에서도 보게 될 요소로 남게 되었다.

우르에서 출토_기원전 2600년경_조개껍데기와 아스팔트_11.4 x 31.1cm_필라델피아 대학 박물관
*출처_서양미술사_H.W. 잰슨 & A.F. 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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