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조각은 고졸 시대와 고전 시대를 거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아테나가 패망하면서 그리스의 미술은 300여 년 동안 명맥만을 유지하다시피 하였다.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 왕이 등장하기 전의 75년간의 시기를 '후기 고전(Late Classical)' 시대라 부르고 이후의 시기를 '헬레니즘(Hellenism)' 시대라 부른다. 그러나 미술의 전개 양상을 자세히 보면, 헬레니즘 양식은 알렉산드로스 왕이 등장하기 전부터 나타났다는 것을 볼 때에 미술사에서는 이 시기를 '전기 헬레니즘(pre-Hellenism)'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기원전 4세기 조각 - 전기 헬레니즘(pre-Hellenism)*
'헬레니즘(Hellenism)'이라는 명칭은 그리스 문명이 소아시아와 메소포타미아 지역 그리고 이집트와 인도 지역에까지 전파되었음을 의미하며, 이 시기의 그리스 문명이 다양한 지역의 문화와 결합하여 나타난 새로운 양식을 지칭한다. 본격적인 헬레니즘 양식이 시작되기 전에 고전시대를 넘어가면서 나타난 '전기 헬레니즘' 시대의 그리스 조각의 특징은 기원전 350년경에 세워진 거대한 분묘 건축물 '마우솔레움(mausoleum)'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스코파스의 <그리스인들과 아마존인들의 전쟁>
고대 그리스의 도시인 할리카르나소스에 세워진 '마우솔레움(mausoleum)'의 프리즈에는 그리스인들과 아마존인들이 싸우는 장면의 부조가 조각되어있다. 그리스 신화에 소아시아 근처에 살았던 여전사들과 그리스와의 전쟁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그리스 미술의 초창기였던 기원전 7세기부터 헬레니즘 시대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작품에 반영되었다. 이 작품의 조각가인 스코파스(Scopas)는 충동적이며 거세게 휘몰아치는 듯한 동작을 표현하였는데, 이는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에서 볼 수 있는 조화와는 거리가 멀며 오히려 이전 시대의 고졸 양식과 비슷하다. 그의 자유로운 방식은 등을 돌리고 말을 타는 모습과 같은 자세의 과감하며 혁신적인 조각을 만들어내었다.
한편, 이 시기의 통치자였던 마우솔로스(Mausolos)에 의해 세워진 이 거대한 건축물은 그 크기가 파르테논 신전과 맞먹을 정도이지만 신전의 용도가 아닌 분묘로 세워졌다. 이후 그의 이름을 따서 이런 거대한 분묘 건축물에 '마우솔레움(mausoleum)'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마우솔레움의 동쪽 프리즈(할리카르나소스)_기원전 359~351년_대리석_높이 88.9cm_대영 박물관_런던
● 프락시텔레스(Praxiteles)의 <헤르메스>
그리스의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기원전 5~4세기에 걸친 조각 작품들은 현재 거의 남아있지 않다. 대신 모작품이 남아있는데 프락시텔레스(Praxiteles)의 유명한 작품인 <헤르메스> 조각상 또한 모작품이라는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비례의 조화와 편안한 자세, 뛰어난 인체의 묘사 그리고 온화하며 서정적인 분위기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미세하게 어려있는 듯한 이 인물의 미소는 딱딱한 조각상을 부드러운 이미지로 만들어준다. 이 시기의 그리스에서는 조각상에 부드러운 분위기를 입히기 시작하였다.

기원전 330~320년경_대리석_높이 216cm_올림피아 고고학 박물관_그리스
*헬레니즘(Hellenism) 양식*
헬레니즘 시대의 조각상은 이전 시대보다 좀 더 사실주의적 표현이 돋보인다. 인물의 의상과 자세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묘사를 하였고 특히 뒤틀린 자세의 인체 묘사에 공을 들였다. 이는 <헤르메스>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조각 스타일이 확연하게 변화했음을 말해준다.
● <어떤 남자의 머리> 조각상
이 조각상은 전신상의 일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실존했던 개인의 얼굴을 묘사한 듯한 초상 조각은 이 시대에 이르러 처음 나타났다. 이는 영웅의 모습보다는 한 개인의 모습으로 보이며, 이전 시대에서 주를 이루었던 고요하거나 결연한 표정이 아닌 불안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비애감이 서려있는 얼굴 조각은 마치 그리스의 문화적이며 정치적인 주체성이 상실되기 시작한 그리스의 역사적인 배경을 반영한 것 같아 보인다.

델로스에서 출토_기원전 80년경_청동_높이 32.4cm_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_그리스

델로스에서 출토_기원전 80년경_청동_높이 32.4cm_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_그리스
● <죽어 가는 갈리아의 병사> 조각상
그리스 조각의 변화는 <죽어 가는 갈리아의 병사> 조각상에서도 나타난다. 터키의 페르가몬 제단에 설치된 이 조각상은 원래 청동으로 만든 작품을 로마인들이 대리석으로 복제한 모작품이다. 갈리아인의 인종적 특징인 빳빳한 머리카락과 안면 구조를 정확하게 묘사하였다. 이 병사의 자세와 분위기는 기원전 490년경에 만들어진 <죽어 가는 전사> 조각상과 비슷하며, 영웅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 조각상은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보이는 인물의 고통을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였고 비애감마저 보인다.

기원전 230~220년경에 터키의 페르가몬 제단에 설치된 청동 원작의 복제품_대리석_실물크기_카피톨리노 박물관_로마

기원전 230~220년경에 터키의 페르가몬 제단에 설치된 청동 원작의 복제품_대리석_실물크기_카피톨리노 박물관_로마
● <아테나와 알키오네우스> 부조
페르가몬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축조된 새로운 제단의 프리즈 부분에 설치한 <아테나와 알키오네우스> 부조에는 신들과 거인들이 싸우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비록 여신의 얼굴이 손상되어 있지만 적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당당한 자태는 숨겨지지 않는다. 이런 방식의 조각은 이오니아 양식의 신전 프리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식이다. 이 부조의 인물들은 매우 깊게 새겨졌으며 마치 튀어나올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박공의 틀에 구속되지 않는 듯 역동적인 힘을 발산하는 조각의 몸체는 육중한 부피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서로 다른 양식이 결합한 형태는 그리스 건축 조각이 발전 단계에서 최고 절정의 과정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페르가몬에 있는 제우스 제단의 동쪽 프리즈_기원전 180년경_대리석_높이 229cm_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_독일
● <사모트라케의 니케> 조각상
승전 기념으로 만들어진 <사모트라케의 니케> 조각상의 모습은 <아테나와 알키오네우스> 부조에서 볼 수 있는 극적인 분위기가 드러나있다. 뱃머리에 막 내려앉은 여신 니케의 모습에는 바람을 맞고 있는 듯한 커다란 날개와 펄럭이는 듯한 옷의 주름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이 느껴진다. 주위를 감싸고 있는 묘한 동적인 느낌은 조각상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효과를 준다. 이 뛰어난 작품은 헬레니즘 조각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원전 200~190년경_대리석_높이 244cm_루브르 박물관_파리

기원전 200~190년경_대리석_높이 244cm_루브르 박물관_파리
*출처_서양미술사_H.W. 잰슨 & A.F. 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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